결혼은 미친짓이다.

2020. 6. 20. 09:04

영화를 그리 즐겨보지 않는데 요즘 예전 영화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다시 한번씩 보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이 '결혼은 미친짓이다.' 이다.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 놓는거라 평론가의 예리한 감상평을 기대한다면 그냥 닫기를 누르길 바란다. 또한 아래 내용에는 분명 스포도 어느정도 있으니, 오래된 영화긴 하지만 혹시나 스포가 싫다면 그냥 닫기를 누르기를 추천한다.

2002년 개봉한 작품으로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감우성은 결혼은 별로 관심없고 연애만 하려고 하는 흙수저 대학시간강사이고, 엄정화는 조건을 따지면서 결혼을 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이다. 둘은 친구의 결혼식을 계기로 소개팅을 하는데 처음 만나는 날부터 섹스를 한다.. 어우야... 요즘이야 선 섹스 후 사귐이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보편적이진 않은데 이미 18년 전부터 선섹후사를 시전하는 감독은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있는 선구자인듯 하다. 여튼 둘은 그렇게 섹스 후에 몇차례 만나면서 사귀게 되지만 결혼에 부정적인 감우성과 조건만 따지는 엄정화이기에 둘은 처음부터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이였다. 결국 엄정화는 다른사람과 결혼을 하지만 결혼 후에도 둘은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아예 주말부부와 같은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 생활도 처음에야 좋지 지나다 보니 마찰도 생기고, 나중에 가면서 이 생활이 대체 뭐인가 싶기도 하던 중 라면때문에 싸우게 되고 결국 둘은 이제 그만하자고 하면서 빠이빠이 하게 되지만.. 마지막에 보면 다시 감우성의 자취방으로 엄정화가 돌아오는 장면으로 끝이 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좀 독특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다른 불륜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둘이서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 즉 엄정화가 결혼후에도 감우성을 만나는 장면이 불륜으로 묘사되기 보다는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연인으로 묘사되며, 실제로 관객이 그렇게 느끼게 만든다. 희안하게 그 장면을 보면서도 뭐 이런 불륜을!! 이런 생각이 별로 안든다. 연인들의 아름다운(?) 아니 즐거운(?) 데이트 장면 정도로 느껴진다. 특히 결혼 직전 감우성과 엄정화가 신혼여행(?)을 가는 장면과, 결혼후에 감우성의 집에서 빨래를 하는 장면이 그렇다. 영화 중간에 엄정화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안걸릴 자신이 있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극 중 시간의 흐름상 최소 3-4달은 이 관계가 유지되는것 같은데, 그럼에도 남편에게 들키지 않는다.. 대단한 여자다.. 여튼 그렇다고 이걸 보면서 불륜은 아름다워 하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이걸 처음 봤을때는 조건만 따지는 엄정화가 X년 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천천히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듯 하다.
엄정화는 중간중간 자기는 조건이 안좋아도 사랑이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고는 하는것이 은근슬쩍 감우성에게 마음을 내비친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엄정화의 잠자리 태도에서 그 변화를 엿볼 수 있는듯 하다. 엄정화와 감우성이 처음 만나서 잠자리를 할때 엄정화는 옷을 다 벗지 말라고 한다. 다 벗으면 고기랑 하는것 같고 사람같이 안느껴진다나?? (취항한번 독특하다.) 그런데 나중에 신혼여행을 가서는 자기 옷을 벗겨달라고 하며 다 벗고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보면 엄정화의 말이 빈말은 아닌 듯 하다.
감우성은 엄정화가 저런 말을 할 때 마다 엄정화에게 넌 그럴 수 없다고 말하고, 자기는 엄정화가 원하는 것들을 해줄 수 없다며 선을 긋는다. 그런데 감우성도 엄정화를 그냥 잠자리 상대로만 생각하는건 아닌것 같고, 대학 시간강사인(시간강사 시급을 생각하면 ㅠㅠ) 자신의 처지 때문에 엄정화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는것 같이도 느껴진다.

여튼 어릴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인데, 나이를 좀 더 먹고 다시 보니 비록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힘들어 하는 우리네 청춘(?)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또 그때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이나 여전히 달라진게 없는 아니 오히려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가 더욱 벌어진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지울수 없기도 하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된건 당시 친했던 누나 때문이다. 누나집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가던길에 비디오나 하나 빌려서 집에서 보자고 했다. 그래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고르던 중 누나가 이걸 보고는 싶은데 남녀가 같이보면 안된다고 친구에게 들었다고 하였다. 나는 대체 뭐길래 그러는지 한번 보자고 했고, 누나는 아니라고 하며 결국 굿 윌 헌팅을 빌려 봤더랬지. 결국 그 때는 못보고 나중에 혼자서 빌려봤는데, 누나 친구들이 왜 그런말을 했는지 그때야 알 수 있었다. 그래.. 좀 야한 장면이 나온다... 수위가 되게 쎈것도 아니고 분량이 많은건 아니지만 스토리가 달달한 가운데 나오기 때매 맘이 있는 사이라면 분위기가 잡힐법도 하다. 만약 그때 내가 좀 더 강하게 나서서 이 영화를 보자고 했으면 썸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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